오늘 세탁기를 돌리고 새로 산 청바지를 따로 돌렸어.

근데 청바지를 꺼내다 보니까 양말 한 짝이 같이 들어 있는거야.

청바지 돌리기 전에 양말을 옷걸이에 걸 때는 짝이 안 맞는 걸 알지도 못했는데,

혼자 세탁기 안에 들어 있다가 청바지 돌릴 때 같이 돌아간거였어.

 

어쨌든 양말은 원래 흰색이었는데 웬걸 완전 노란색이 되어버렸어.

왜 청바지인데 노란색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어버렸어.

이걸 어쩌나 하고 가만히 보고 있다가,

노란색 양말과 흰색 양말을 같이 신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어.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해 봤는데 말이지.

남은 양말 한 짝이 좀 억울하다고 느낄 것 같더라구.

 

자기는 버려진 그 양말과 원래 한 쌍이었는데,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다른 쪽 양말이 혼자 노랗게 변해 버려서,

자기는 의미도 없어지고 그냥 혼자 남게 된 거잖아?

그리고 나는 그 의미 없어진 양말도 결국 버리겠지.

 

노랗게 변해버린 양말은 어쨌든 자기가 변해버린 거니까 (물론 변하게 만든 건 나지만, 의도적으로 한 건 아니었어.),

자기가 원하지 않았어도 결국은 청바지랑 같이 세탁이 되어버려서 (혼자만 눈에 안 띄었으니 원했을 수도 있지.),

노랗게 변해 버렸으니까,

내가 버려도 받아들일 것 같은데,

 

깨끗하게 세탁되어 나온 흰 양말은,

평소처럼 옷걸이에 걸려서 자기 몸 말리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쪽 양말이 노랗게 변해 버린 걸 알게 된거지.

그리고 다른 쪽 양말이 없으면 자신의 의미도 없으니까,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게 될 걸 알겠지.

 

자기는 가만히 있었는데,

내가 버려 버리면,

나를 원망할까,

노랗게 변한 다른 쪽 양말을 원망할까.

 

뭐,

어쨌든 내가 생각한건,

변한쪽이 나쁘다는거지.

 

그리고 나는,

의미 없어진 다른 쪽 양말도,

마저 버리겠지.

Posted by cancel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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