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해방 또는 처치
오늘도 할 일 없이,
와우를 켜서,
열심히 드루이드를 키우고 있는데,
불타는 평원에서 좀 이상한 퀘스트를 하나 받았어.
검은무쇠 노예상인에게 잡혀서,
채석장에서 채굴만하고 있는 노예들에게,
자유를 주는 퀘스트인데,
퀘스트 내용이,
해방 또는 처치 였어.
나는 좀 이해가 안되서,
노예를 클릭하고,
'어서요! 이곳에서 벗어나요!' 를 클릭했어.
그러면,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거나,
'드디어 해방이에요! 노예로 지내는 것도 이제는 지긋지긋해요!' 같은 말을 내뱉고,
사라져버렸어.
그런데 세번째 노예를 클릭해서,
'어서요! 이곳에서 벗어나요!' 를 클릭하는 순간,
'저는 절대로 안 떠나요! 밖에 나가면 뭘 할지도 모를 거란 말이에요!' 라면서,
내 캐릭터를 공격하기 시작했어.
어차피 몹이니까,
공격해서 죽여버렸어.
퀘스트 목록에는,
3/12 라고 카운트가 되었어.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해 봤는데,
이 노예에게는,
자신이 죽는게 자유라는 게,
조금은 이해가 되는거야.
지금 환경을 벗어나면,
뭘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데,
구해주러 왔다고 하는데,
구한다는 의미가 서로 다르니까.
익숙했던 내 주위의 환경이 변하면,
나도 환경에 따라서 변해야 하는데,
변할 자신도 없고,
변해지지도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의미있게 살지 말고,
대충,
그냥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이,
그렇게 살다가 죽으면,
될까?
쇼생크 탈출의 레드처럼,
가석방 되어서 적응하지 못하고,
남들과 똑같이 하는데도,
자꾸 겉도는 것만 같아서,
자신이 없어진다.
의미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