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일요일 오후

[잡담] 우리의 음악

cancelmind 2012. 6. 8. 00:11

유난히 길었던 계절이 가고

아쉬운 봄의 끝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 걸

기억해


말투와 글씨를 알아나가며

그대가 좋아한다던

음악을 듣고 다닌 걸

기억해


그대여

사랑을 미워하진 마

우리가 함께했던 계절을

때로는 눈부시던 시절을


모든게

조금씩 빛을 바래도

우리가 함께 듣던 노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면

그대가 듣던 음악을

다시 또 듣고 있겠지

오늘처럼


<Epitone Project - 우리의 음악>



에피톤 프로젝트의 우리의 음악을 들으며

대문 밖에서

담배를 피면서

객관적으로 나의 방을 바라보려고 했다.


하얀 형광등이 켜져 있는 나의 방은

누군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움직이고 있지 않더라도.


멍하니 담배를 피면서 바라보고 있다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담배꽁초를 털면서 일어났다.


털어버린 담배재는

붉은 빛을 내면서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 불빛을

신고있던 신발로 짖밟고

까맣게 재가 되어 그을려 있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